[People]은 융합예술센터 아트콜라이더랩(이하 AC랩)과 함께 한 사람들을 통해 AC랩이 추구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 예술 교육의 방향성을 소개합니다. |
AC랩에서 활동하면서, 열린학교, ACA와 같은 렉쳐프로그램과 워크샵부터 미디어월과 AC-CAVE처럼 여러 미디어를 실험하고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알게 되었다. 예술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경계를 넘나들고 융합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학생들을 위한 실험과 교류의 장을 만들어가는 AC랩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공간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AC랩에서 이루어진 사업들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 공간을 어떻게 경험했고 의미화 하는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에는 AC랩에서 주관한 2024년 1/2학기 ACA 교육과 교육 연계 전시 참여 학생들인 박수범(예술사, 미술원 조형예술과)과 정지원(예술사, 영상원 방송영상과), AC랩의 미디어월 전시 사업에 참여한 학생작가 김인영(전문사, 미술원 디자인과), 전통예술원과 협력하여 기획한 교과연계 교육과정에 참여한 김상훈(예술사, 전통예술원 연희과), AC랩에서 인턴으로 1년간 활동하며 미디어월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이수민 학생(전문사, 음악극협동과정), 그리고 한예종 학생사회의 대표로 참석한 이수현 학생(2024년 학생회 비상대책회의 대표, 예술사, 미술원 미술이론과)이 참여했다.
| 다른 예술장르를 만나고 배우기
AC랩의 기획 인터뷰에 함께 자리한 인터뷰이들은 2024년 한 해 동안 AC랩에서 기획한 다양한 강좌와 워크샵, 수업연계 전시 등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먼저 인터뷰이들과 AC랩과 함께 한 경험에 대한 그동안의 소회를 나누고 듣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전공과 관련된 개인적인 관심사부터 시작해서, 예술가로서 느끼고 있는 갈증들까지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서 주되게는 AC랩에서 경험한 수업이나 워크샵들이 개인적으로 어떤 기회가 되었는지 그 의미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 학생들의 전공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각자가 필요한 교육, 관심 있는 분야나 기술 또는 장르들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AC랩을 만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향후 진로나 학업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연희과 김상훈 님의 세부전공은 풍물이라 농악, 탈춤, 줄타기 등등 다양한 전통연희를 배우고 있었다. 작년에는 전통예술원과 AC랩이 협력하여 기획한 교과 연계 교육과정에 참여해 전통연희 중 하나인 사자춤을 연습하고, 세계적인 재즈뮤지션인 야닉 리우와 함께 합연을 하기도 했다. 한국의 전통예술인 연희를 현대음악과 접목시키는 경험은 전통예술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도 중요한 경험이었다.
“비교과과정 수업에 참여 하면서 이렇게 예술의 경계를 넘어서 다양한 장르들과 전통예술이 융합할 수 있다는 걸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향후에도 전통예술 뿐만 아니라 타 장르와 계속 융합하는 도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내용적으로 좋았던 점은, 저희가 전통예술을 하다 보니 서양악보를 분석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예요. 또 재즈 뮤지션과 협업하는 경험을 가졌기 때문에 앞으로 재즈 분야의 예술가들과 작업을 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과 스탭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점이예요.” (김상훈)

야닉 리우의 ‘Passage’ 악보를 분석하며 장단을 맞춰본다.
전통예술 안에서도 융합적인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지, 다른 원이나 과와 함께 다른 장르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들도 많은지 궁금했다.
“연희과에는 학년별로 타 원 학생들과 협업할 수 있는 수업들이 있어요. 연극원이랑 음악원과 가장 교류가 많은 것 같아요. 다른 분야의 전공을 하고 있는 학우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그런데 영상원 같이 평소에 교류가 덜한 과들과도 같이 작업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저희가 공연할 때 영상작업이 프로젝션 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이런 점에서 협업도 협업이지만, 저희가 직접 영상을 배우는 것도 무대에 다채로움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김상훈)
반대로 방송영상과에서 영상을 전공하고 있는 정지원 님의 경우는 어떨지 궁금했다. 영상 매체의 특성 상 무대예술보다는 여러 예술분야를 배우고 파악하는 기회가 많지 않을까.
방송영상과 세부전공으로 다큐멘터리를 배우면서 관련한 저널리즘, 이론, 역사 등을 공부하고 있는 정지원 님은 보편적인 다큐멘터리보다는 실험적인 영상들에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ACA의 1학기 주제였던 사운드스케이프 워크숍의 수업연계 전시를 우연히 보고, 다음 학기 ACA에 지원했다.
“저는 미술적이고 실험적인 영상에 관심이 많아요. 그 중에서도 노이즈 음악이나 전자음악 같이 사운드가 개인적인 관심사였는데, 전문사 음악테크놀로지학과에도 관심이있었구요.
그렇지만 오디오비주얼처럼 관심사 자체가 여러 장르가 융합된 형태니 정확히 음악원 수업들이 제가 관심 있는 교육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영상원이나 미술원에서 다루는 주제와도 거리가 있고요. 그런 점에서 이번 ACA가 에이블톤 라이브를 배우는 거라 관심분야에서 실질적으로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정지원)
이런 점에서 열린학교가 가지고 있는 주제의 확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음악극협동과정에서 작곡을 배우고 있는 이수민 님은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알게 된 다양한 예술적 주제와 담론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저는 제일 놀라웠던 프로그램이 열린학교이기도 해요. 특히 주제적인 측면에서요. 세션에서 다뤄진 주제들이 수업이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이에요. 여기서 다루는 개념들도 처음 듣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걸 또 알고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외부에서도 있는 것 같고, 이런 것들이 새로운 주제들을 우리가 다루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수민)

‘공유지’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5개 세션으로 진행된 렉쳐 프로그램 현장
| 플랫폼이 새로운 창작의 기회로
예술의 의미는 시대마다 달라져왔고, 예술을 정의하는 방식 또한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현대예술의 경우에는 예술이 가야할 바와 의미들을 질문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런 점에서 예술 장르 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경향 역시 오래되었다. 이런 점에서 현대예술의 가장 아래에서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전공을 하게 된 학생들이 전공예술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예술이나 테크닉에 관심을 가지고 활용하려는 시도는 당연하다.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는 학생들이 장르 간의 융합과 경계 허물기를 시도할 수 있도록 AC랩이 교육이나 워크샵의 형태로 조력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기를 바란다는 말로 들렸다.
이런 점에서 실제 다양한 기술과 테크닉들을 배울 수 있는 플랫폼으로써의 AC랩은 어떤 곳이었을까. 교육뿐만 아니라 AC랩이 설치한 인프라들의 접근성이나 필요성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먼저 직접 지난 학기 수업에서 창작 스튜디오를 활용한 김상훈 님에게 창작 스튜디오의 원 별 설치가 의미있는 시도였을지 물었다.
“스튜디오가 녹음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보니까 학생들끼리 곡 구성을 해서 녹음을 하고, 연희를 연출하고 촬영이랑 편집을 이용해서 영상 제작도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결과물을 기말고사에 제출을 했었는데, 사실 이런 기술들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전에 배우지는 않았거든요. 스튜디오에서 녹음부터 촬영, 편집을 배울 수 있어서 다른 방식의 창작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김상훈)
“저는 수업을 들으면서 너무 좋았던 게 ACA 수업의 커리큘럼도 좋았지만, 시설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AC-CAVE에서 수업을 했는데 3면 프로젝션이 가능한 공간이라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할 것 같아요.” (정지원)

AC-CAVE (창조관 104호)
이런 점에서 2024년 AC랩이 커넥티드 캠퍼스 사업으로 학교 곳곳에 설치한 미디어월은 ‘전시’라는 실질적인 예술 활동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한 공간이기도 하다. 미디어월은 이어령예술극장, 학생식당, 도서관, 별관 중정 미디어스퀘어에 설치되어 한예종 모든 구성원들을 위해 인터렉티브 미디어 실험이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사 디자인 전공 김인영 님은 인터랙션 디자인을 배우면서 미디어월 설치와 전시에 참여했고, 이번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재작년에 AC-CAVE 창작랩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은 AC랩에서, 얼마 전 미디어월을 설치하고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연말에 전시까지 잘 마무리를 하면서 얻은 게 많았어요.
특히 디자인 전공을 하는 입장에서 잘 알지 못했던 부분을 배울 수 있었는데요. 제가 미디어아트 분야로 취업을 생각하면서 약간의 방향 전환을 마음먹게 된 배경에도 이런 활동들에 함께하고 배우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디자인 전공 학생으로서는 많이 희귀한 경험을 AC랩을 통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김인영)

작품 “Bloom Boom Bash!”, 김인영, 유태양
1년 동안 AC랩의 근로장학생으로 함께 한 이수민 님 또한 학생식당에 설치된 미디어월 전시의 참여 작가이기도 하다. 음악극창작협동과정 전공으로 재학 중인 이수민 님의 경우 디자인이라는 전혀 다른 영역에 참여해 직접 기획과 디자인을 실행했다.
“저는 미디어월에 있는 캐릭터를 전반적으로 기획하고 디자인했어요. 미디어월이라는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에 학생식당이나 여러 학교 공간들에서 새로운 인터렉션이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저의 전공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기술을 통해서 되게 재밌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인상이 강했던 것 같아요.” (이수민)

입학식과 졸업식 포토존으로 활용되고 있는 인터랙티브 메시지월
| 수업부터 전시까지, 작가로서 경험한 공간
미디어월의 설치와 함께 직접 기획부터 디자인을 실행한 김인영, 이수민 학생과 달리 매학기 진행하는 ACA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방법론을 배우고 선생님들의 조력을 통해서 직접 작업을 만들어내고 결과물을 하나의 전시로 선보이는 긴 호흡의 과정을 함께 했다. 각각 1학기, 2학기 ACA에 참여한 박수범, 정지원 님은 이 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배우고 느꼈을까.
“일단 이렇게 큰 공간에서 제 작업을 전시하는 기회 자체가 정말 흔하지 않아요. 특히 3면 프로젝션에서 제 작업을 틀고 관객들이 와서 관람하는 과정들이 수강생이자 작가로 참여하며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고, 쉽게 가져갈 수 있는 경험이 아니라는 점에서 감사한 일이었어요.” (정지원)
“처음 수업을 들으면서 매체 자체를 배워가자는 생각이 컸어요. 이런 거는 어떻게 만드는 거고 사운드는 이렇게 쓰는 거고 등. 사운드스케이프라는 방법론 자체도 처음이었고요. 그 다음에 핸디 녹음기나 마이크를 쓰는 방법도 배웠어요. 이런 교육들이 필요했었고, 저와도 너무 잘 맞다고 느껴졌어요. 아! 전시를 준비하면서는 저희 막 앰프 만든다고 납땜도 했었거든요. 이런 모든 것들이 처음이다보니깐 스스로도 더 리서치를 해보게 되더라고요. 또 학교 외부 전시인데다 작은 갤러리도 아니고, 문화비축기지라는 공간의 의미도 크고요.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은 중요한 경험이었고, 예술전공 학생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박수범)

문화비축기지에 전시된 박수범의 작품
처음 접하게 된 주제와 테크닉을 가지고 전시에 사용할 작업을 만드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궁금했다.
“저는 관심사가 사운드라고 했지만 사실 그렇게 소리를 다뤄보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거든요.그 전까지 소리라고 하면은 보통 영상에 딸려오는 소리나 그런 것들에 맞춰서 좀 더 영상에 한정된 거였다고 생각하는데, 처음으로 ‘소리’ 자체를 중점으로 두고 했던 수업 내용이 신기했어요. 그런 점에서 그 소리라는 것 자체, 영상을 위한 배경음으로써 소리가 아니라 소리를 위한 소리라는 장르를 다루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사운드’ 작업을 위해서 뭘 만들고 약간 어떤 점에 집중을 해야 되지? 약간 그런 장르 자체에 대한 궁금증과 여기서 다룰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것 같아요.” (정지원)
“학부생 밖에 안 되는 제가 전시를 한다는 게, 전공생임에도 중간 중간 어떻게 하지 싶을 정도로 힘들기도 했어요. 전시 설치 경험은 조형예술과 학생들도 헤매는 경우가 많거든요. 공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문화비축기지가 워낙 크기도 해서 걱정도 되었어요.
이 과정에서 수업해주신 김준 작가님이 학교 수업에서 들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시선과 맥락에서 피드백을 많이 주셨고, 현실적으로 작업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등 많은 질문을 던져주셨어요. 이렇게 총 6개월 정도를 동료 학생들, AC랩 선생님들, 김준 작가님과 소통하면서 작업을 디벨롭하는 과정이 저의 작업에 대해서 스스로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박수범)
| 서로 배우는 교류의 장
모든 인터뷰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주제는 학생들이 협업을 하면서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학교 분위기나 교육 특성 상 개인작업을 하고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서 실제 작업은 다양한 분야를 응용하거나 융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끼리 서로 공유하고 작업하는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술은 개인 작업이라고 하더라도, 다양한 장르가 동시에 필요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방송영상과 동기 중에 무용하는 사람의 댄스 필름을 찍는 친구가 있어요. 미술의 경우도 이미지 위주이긴 하지만 기록으로 남길 때는 영상이나 사진이 필요하죠. 이런 점에서 각 장르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서로 필요한 경우들이 많아요. 그런 협업이자 같이 배울 수 있는 기회들을 AC랩에서 좀 더 만들어주면 좋지 않을까요.”(정지원)
“저는 디자인과 커리큘럼보다 좀 더 실험적인 분야라던지, 이제껏 해보지 않은 분야나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영상 분야는 작업을 할 기회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벽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AC랩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이 반가웠던 것 같아요. 전혀 몰랐던 분야에 도전할 수 있었고, 다행히 제가 했던 프로젝트에 개발자님이 잘 서포트를 해주셔서 매끄럽게 진행이 되었던 것 같아요. 다른 학생들과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 전공 특성상 개인 작업을 많이 해서 만날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함께 새로운 걸 시도해볼 수 있는 공간이 되면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지 않을까요.” (김인영)
“마찬가지로 조형예술과도 워낙 개인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어요.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뭔가 같이 협업하는 수업도 많이 없고 그런 과제도 많이 없어요. ACA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학생들끼리 서로의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하고 그걸 바탕으로 의견을 조율을 해가는 과정을 경험했다는 점이예요. 뭔가 실패를 하더라도 탄력성이 굉장히 높은 친구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굉장히 실험적인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또 서로 전공이 다른 만큼 보는 시선이나 방향성이 다른 걸 직접 볼 수 있어서 신기했고요.” (박수범)
다수의 인터뷰이들이 전공 특성상 다른 예술 분야의 학생과 교류할 수 있는 과정이 많지 않다고 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전공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몇몇 제한적인 분야를 제외하고 혼자 작업하거나 연습하는 경우가 많은 예술분야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고, 학교의 분위기나 전문적인 교육을 하고자 하는 교육 목표와 커리큘럼에서 비롯된 특성일수도 있을 것 같다. 고민이 필요한 것은 이런 학교 문화와 달리 예술 장르들은 갈수록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도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작년 축제가 끝나고 뒤풀이에서 무용원이랑 전통원이랑 알게 되어 전통원 학생 졸업 연주회에서 무용원 학생들이 참여해 같이 무대를 만드는 것을 목격을 하게 되었어요. 뭔가 이런 식으로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협업하거나 같이 무언가를 공유하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수현)
| 융합적인 시도가 오가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
그래서 결국 학교라는 공간이 융합적인 시도가 오가는 장소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전공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른 학생들이 모여서 같이 창작을 한다는 것이 주는 시너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예를 들어 똑같이 사운드를 배우더라도 각자 전공마다 생각할 수 있는 측면이 다를 것 같아서, 다양한 학생들 자체가 좀 다양하게 같이 섞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그리고 우리 학교의 장점이 자기 전공 분야를 오랫동안 공부하거나 거기서 뛰어난 학생들이 모여있다는 점이잖아요. 그걸 서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수현)
비교과과정에서 이런 시도들을 경험한 김상훈 님은 수업을 들으면서 전통예술에 있어서도 좀 더 대중적인 음악과 섞일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만약에 피아노, 바이올린, 베이스 같이 서양악기나 대중적인 연주들과 전통악기가 협업을 하면서 장구가 리드를 하거나 전통악기로 변주를 해보거나 이런 과정도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재즈가 워낙 즉흥적인 음악이다보니 저희가 연주를 하고 있으면 옆에서 야닉 리우 색소포니스트가 변주를 얹어주셨는데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김상훈)
마지막으로 이수현 님은 실기과 뿐만 아니라 이론과 내부에서, 혹은 이론과 실기가 적절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제안을 했다.
“저는 아무래도 이론과다 보니까 워크샵 등을 봤을 때 선뜻 참여하기가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전공자에 비해 잘 못 따라갈 것 같아서 걱정도 되었고요, 그렇지만 예술 간의 어떤 그러니까 장르의 혼합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이론 분야도 공동 연구를 해보는 워크샵이라든지 다학제적 주제를 공부하거나 발표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기획 분야에서 이론과 학생이 기여할 수 있는 것도 크고요. 다양한 경로로 융합의 방향성을 고민해볼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수현)
인터뷰이들의 의견처럼 융합예술이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은 너무나 다양하다. 융합은 단지 한 장르와 다른 장르의 만남만이 아니라 서양악기와 전통악기의 만남이 될 수도 있고, 이론과 실기의 접목이 될 수도, 전혀 다른 창작 방식이나 주제를 가능하게 하는 또 다른 시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러한 만남 자체가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고, 다른 질문을 끌어낼 수 있는 상호 배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이었던 것 같다. 융합적인 시도가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학생들 사이에 오갈 수 있기 위해서, 학교가 그런 공간이 되기 위해서 앞으로도 많은 고민들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시작점으로 더 많은 의견들이 나오길 기대하며 기획 인터뷰를 마친다.
/ 글 김지안 (영상원 영상이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