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와 삶을 연결시키는 예술

생태와 삶을 연결시키는 예술

[Issue]는 융합예술센터 아트콜라이더랩(이하 AC랩)이 기획 및 운영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통해 AC랩이 추구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 예술 교육의 방향성을 소개합니다. 

본 콘텐츠는 2024년 ‘Commons(공유지)’라는 주제로 진행된 ‘커넥티드 위크 : 열린학교’ 렉쳐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시대적 담론들을 영상과 글을 통해 기록한 내용입니다. 열린학교는 경계를 허물고 학생, 협업 종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영감을 충전해 갈 수 있는 소규모 그룹 렉쳐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현장에서 어떤 담론들과 이야기들이 나누어졌는지 확인해보세요.

| 세션 4_생태와 예술적 시선

열린학교의 네번째 세션은 ‘생태와 예술적 시선’에 관한 주제였습니다. 생태적 시선으로 예술하기, 혹은 ‘예술적 작업을 생태문제와 연결시키기’란 왜 중요할까요? 기후위기 문제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심화되면서, 대중적으로도 환경 문제는 글로벌한 화두입니다. 이렇게 환경 문제를 생각해 볼 때 일상에서 ‘자연보호’나 ‘친환경’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익숙하지만 ‘생태’라는 단어는 어딘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는데요. 생태학(ecology)의 문제의식을 미술의 방법론과 문제의식으로 활용할 때 어떤 상호작용을 만들 수 있을까요?

첫번째 연사인 김준 작가의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은, 생태 문제를 인식하도록 만듦으로써 우리가 자연 또는 특정한 공간 속에서 살아갈 때 그 안에서 환경과 환경 속에 속한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주고 받는 영향들을 생각해보도록 합니다. 특히나 인류세의 위기가 이야기 되고 있는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태계에서 인간의 행위들을 돌아보게 하는데요. 두번째 강연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의 연장 속에서 ‘위켄드랩’의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위켄드랩은 디자인 방법론에 물체가 가진 과학적 특성이나 사회적 특성을 포함시켜서 고민합니다. 쓸모 없다고 여겨진 물건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가공하죠. 그리고 이러한 특성들을 디자인 자체에도 녹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두 명의 강연자가 고민하고 있는 생태와 삶을 연결시키는 방법으로써의 예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을 풍경화하기 

김준 작가의 사운드스케이프 작업 대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 공간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흔하게 널려 있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공간과 결부시켜 ‘소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텐데요. 사운드스케이프가 한국어로 소리의 풍경이라는 점을 상기했을 때 어떠한 공간은 굉장히 많은 소리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일상 속에서 그것을 모두 또는 내내 인식하며 살지 않으며, 어떤 소리들은 인간의 가청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할 수 없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리들은 그 소리가 속해 있는 공간의 특징을 다른 관점에서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인식과 무관하게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의 방식은 장소특정적 예술이라는 특성이 강한데요. 특정 장소를 정하고, 그 곳의 생태환경을 조사한 뒤 여러 미디어를 통해서 담아내고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김준 작가의 첫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을 사례로 본다면, 독일 베를린의 구 템펠호프 공항 부지를 주제로 작업한 <피드백 필드>(2012)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지는 현재 공원과 캠핑장 등으로 이용되면서 눈으로는 잔디밭으로 이루어진 평화로운 공간으로 보이지만, 전자기장이라는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거 군사기지 시절의 레이더가 계속 돌아가고 있다는 걸 일렉트로 마그네틱 필드를 이용해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숨어있는 소리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김준 작가는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을 통해서 바로 소리와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작용들을 포착하고 비가시화된 관계들을 가시화합니다. 그래서 김준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 공간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 그렇지만 흔하게 널려 있는 것들을 주로 예술적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합니다.  

|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여주는 디자인

위켄드랩은 “보이지 않고 간과되는 것들을 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발에 채여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디자인을 통해서 주인공으로 바꾸자는 생각을 가지고 소재를 정하고, 그 소재에 맞는 과학적 특성이나 사회적 특성을 찾아서 디자인 합니다. 예를 들어서 위켄드랩의 작업 중 하나인 오이그 시리즈(OYGG Series)에는 계란껍질이 활용되었는데요. 계란은 식품 뿐만 아니라 화장품이나 약의 원료가 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껍질을 이용해서 오브제들을 디자인했습니다. 계란껍질은 탄산칼슘으로 물에도 강하고 석고처럼 단단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질감을 활용하면서도 계란이 가지고 있는 형태와 선들을 살려서 디자인한 것이죠. 

또 다른 작업으로는 하퍼스 바자 잡지와 함께 낭비되는 잡지들을 모아서 여기에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시킨 작업 <지층>을 제작한 것입니다. <지층>은 버려진 잡지들을 모아서 레이저 컷팅으로 자른 뒤 쌓아올려 옻칠을 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해요. 이 오브제가 새로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화병이라는 점이 인상 깊은데요. 

위켄드랩은 소재에 담긴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내며 새로운 가치를 담는 것이 즐겁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리서치 활동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가령 우유 단백질을 가지고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이 왜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고 사장되었는지를 탐색하며 그 대안을 고민해보는 것이죠.  

이렇게 위켄드랩의 디자인들이 탄생하기까지 독특한 작업과정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디자인은 모양과 형태를 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텍스처와 소재를 정하는데 반해서 위켄드랩은 먼저 사회적으로 의미있고 가치있는 소재를 정하고 그 소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그에 어울리는 텍스처와 디자인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즉 디자인의 내용은 그 소재가 위치하고 있는 지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준 작가와 위켄드랩의 공통점을 찾자면,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적 규범은 시장의 가치, 여러 힘의 관계 속에서 특정한 것만을 가시화합니다. 규범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일상 속에 깃들어있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조명하는 것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을 형성하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질문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  글  김지안 (영상원 영상이론과)

김준

사운드스케이프 작가

전은지

위켄드랩 공동대표

신현진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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